• 재판요지
    PVC 파이프(10 내지 30kg)를 포장하여 상하차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해 온 망인이 주간근무를 마친 후 숙소에서 휴식 중 심혈관 흉통으로 중증도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119 응급차로 병원에 후송되어 협심증 의심 진단을 받고(‘1차 재해’) 약 11일간 집에서 요양한 후 야간근무를 하기 직전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사망(‘2차 재해’)한 사안에서, 1차 재해 당시 망인이 객관적 과로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 판단하여야 하는데, 1차 재해 당시 망인은 만 62세의 고령으로 하루 약 12시간씩 2주 간격으로 반복되는 주·야간 교대제 근무를 하여 만성적인 육체적·정신적 피로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1차 재해일에 야외 작업을 하면서 겨울철의 추위에 노출된 점도 영향을 미쳐 기존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1차 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큼에도, 이와 달리 2차 재해 발생 당시에는 망인이 객관적 과로 상태가 아니었다는 전제에서 업무와 사망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당사자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근로복지공단
  •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안에서)를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사망’으로 인정하려면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 질병이나 기존 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두32125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의 배우자인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생년월일 생략)생으로 2010. 3. 8.부터 2013. 10. 3.까지, 2014. 1. 27.부터 2018. 2. 22.까지 주식회사 ○○산업에서 공장과 야적장에서 PVC 파이프(10 내지 30kg)를 2인 1조로 30분 단위로 포장하여 상하차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였다.

    나. 망인은 약 2주간 휴일 없이 연속으로 주간근무를 하고 2일간 휴식 후 약 2주간 휴일 없이 연속으로 야간근무를 하고 2일간 휴식 후 다시 약 2주간 주간근무하는 것을 반복하는 형태로 근무하였다. 망인의 주간 근무시간은 7시 30분부터 19시까지(11시간 30분, 식사 및 휴게시간 포함)이고, 야간 근무시간은 19시부터 7시 30분까지(12시간 30분, 식사 및 휴게시간 포함)였다.

    다. 망인은 2018. 2. 8. 20:40경 주간근무를 마친 후 숙소에서 휴식 중 심혈관 흉통으로 중증도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동료 근로자의 신고로 119 응급차로 ○○○○병원에 후송되었다(이하 ‘1차 재해’라 한다). 망인은 당시 협심증이 의심된다는 등의 이유로 입원을 권유받았으나 개인적 사정으로 입원이 어렵다고 하며 응하지 않았다. 그날의 최고기온은 영상 3.4℃, 최저기온은 영하 11.2℃, 평균기온은 영하 4.6℃였다.

    라. 망인은 2018. 2. 9.부터 2018. 2. 19.까지 설 연휴를 포함하여 11일간 요양한 후 2018. 2. 20. 17:40경부터 야간근무를 하기 시작하였는데, 2018. 2. 22. 18:38경 야간근무를 하기 직전 기숙사 내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망인은 의식, 호흡, 맥박이 없는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하여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후송되어 △△대학교 □□병원에 19:36경 도착하였으나 심장무수축 상태에서 소생하지 못하고 19:45경 사망하였다(이하 ‘2차 재해’라 한다).

    마. 망인의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이 ‘미상’으로 기재되어 있고, 사체검안서에는 직접사인으로 심폐정지, 중간선행사인으로 급성 심부전(의증), 선행사인으로 심질환(허혈성심질환 등)이 기재되어 있으며, 부검은 시행되지 않았다.

    바. 망인은 2009. 11.경 원발성 고혈압, 상세불명의 협심증으로 각 진료를 받은 적이 있고, 이후 수차례 상세불명의 천식, 상세불명의 호흡곤란, 기관지확장증, 수축성(울혈성) 심부전 등으로 진료를 받았다.

    3.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비록 2차 재해 후 부검은 시행되지 않았으나, 망인의 병력과 망인을 진료한 의사의 진단 내용 등을 종합하면, 1차 재해와 2차 재해는 모두 망인의 지병인 심혈관질환이 악화된 것으로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

    나. 1차 재해가 업무와 상당인과관계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 그 후에 발생한 2차 재해는 1차 재해가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어 발생될 가능성이 많고, 만약 사정이 그러하다면 2차 재해도 업무에 기인한 업무상 재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대법원 1996. 1. 26. 선고 95누14282 판결 참조). 따라서 2차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1차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1차 재해 당시에 망인이 객관적 과로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다. 망인은 1차 재해 발병 당시 만 62세의 고령으로 7년 8개월 동안 약 12시간씩 2주 간격으로 반복되는 주·야간 교대제 근무를 하여 만성적인 육체적·정신적 피로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야간 교대 근무가 취침시간의 불규칙, 수면부족, 생활리듬 및 생체리듬의 혼란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그 자체로 질병을 촉발하거나 또는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가 신체의 면역력을 저하시켜 질병의 발병·악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두8145 판결,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 등 참조).
     또한 망인의 업무시간은 피고의 계산방법에 의하더라도 1차 재해일을 기준으로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약 64시간이고, 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이 약 66시간에 달한다.
     이처럼 망인이 평소 장시간 근무와 장기간의 주·야간 교대 근무를 수행한 점을 고려하면,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2017. 12. 29. 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117호)에 의하더라도, 업무와 1차 재해 사이의 관련성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라. 1차 재해일은 우리나라의 겨울철 날씨로도 비교적 추운 편에 속한다. 겨울철의 추위에의 노출은 심혈관질환을 급격하게 악화시켜 급성 심근경색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7두35097 판결,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두32125 판결 등 참조).

    마. 망인에게 원발성 고혈압, 상세 불명의 협심증, 수축성 심부전 등 급성 심장사의 위험인자라고 볼 수 있는 기존 질환이 있었으나, 망인이 1차 재해 이전에는 별 이상없이 근무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기존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경과만으로 급성 심장사를 일으킬 정도로 위중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바. 결국 망인은 심혈관질환을 가진 상태에서 장시간 근로와 장기간의 주·야간 교대제 근무로 육체적·정신적 과로가 누적되었고, 1차 재해일에 야외 작업을 하면서 겨울철의 추위에 노출된 점도 영향을 미쳐 기존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어 1차 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또한 망인은 1차 재해 이후에도 경제적 형편 등으로 인하여 제대로 요양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야간근무를 시작하였다가 2차 재해가 발생하여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4. 그런데도 원심은, 1차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간과한 채, 1차 재해 발생 후 2주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여 2차 재해 발생 당시에는 망인이 객관적 과로상태가 아니었다는 전제에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관여법관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
  • 사건번호
    2019두62604

1차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 2차 재해는 1차 재해가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어 발생될 가능성이 많고, 만약 사정이 그러하다면 2차 재해도 업무에 기인한 업무상 재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 대법원  2020-5-28  선고  2019두62604  판결
☞ 사건명 :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9. 11. 26. 선고 2019누37471 판결